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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by K교수 2020. 7. 15.

 

 

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

 

어릴 때는 나이 먹으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느끼는 거지만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참으로 어렵다.

 

글도 읽을 줄 몰랐던 아이가 커가면서 글도 배우고 책도 읽게 되고 하나하나 세상에 대해

 

배워나가면서 키도 커 나간다.

 

'나'라는 정체성도 없이 자라다가 어느 순간 나라는 정체성을 깨닫게 되고

 

어느 정도 세상의 옳고 그름을 배워나간다.

 

나이를 먹어 거의 성년이 되어 갈 즈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생겼을 때

 

꼭 이 세상이 교과서처럼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젊은 열정으로 가득 찬 막 성년이 된 그때에는 나는 세상의 속된 것처럼 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일그러진 세상을 내가 한번 바로잡아보리라 하는 호기도 부려봤다.

 

하지만 더 나이를 먹어 군대를 가고 직장을 다니고 결혼하고 애 낳고 살다 보면

 

정작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은 사치가 되어버리고 어느덧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급급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뭔가 어른이 되면 여유 있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하고 뭔가 고상한 그 무언가가 될 줄 알았는데

 

실상은..

 

아침 출근길에 막히는 길에 끼어드는 차를 보며 욕을 하게 되고

 

직장에서 느리게 가는 시곗바늘 보며 어서 빨리 후딱 시간이 가서 퇴근하기를 고대한다.

 

이번 주말에도 어김없이 결혼하는 직장동료를 보면서 축하의 마음보다

 

내 돈이 빠져나갈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다음날 숙취로 고생할 것을 알지만 독한 술에 취해 한껏 붕 뜨는 기분을 느끼고 싶고

 

아이들 밥 차려 주는 것도 귀찮고 내가 아비 노릇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를 때도 많다.

 

그냥 로또 1등에 당첨되어 좋은 옷에 명품시계를 사고 호의호식할 달콤한 꿈을 꾸기도 한다.

 

하지만 상상이 아닌 실재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고통의 연속 같기도 하다.

 

한때 꿈꿔왔던 별거 있어 보였던 우리네의 인생은 사실 허망하기 그지없다.

 

너의 인생을 별거 없어 보여도 적어도 내 인생은 다른 뭔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태생부터 흙수저, 금수저라 부르면서 나누고 나보다 더 가진 남을 부러워하며 불공평은 인생살이라 생각하지만

 

은근히 우리의 인생이란 것은 참으로 공평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 인생도 별것 없지만 네 인생도 그냥 그렇더라.

 

대단해 보일지라도 대단할 것 없다.

 

너 앞에서는 항상 웃어 보이고 화려해 보이는 그도 무수한 고뇌를 하고 있고 속을 들여다보면 가장 불행한 사람일 수 있다.

 

시간 앞에서 우리는 누구나 공평하다.

 

그도 태어나서 기저귀 차고 태어나서 늙어서 기저귀 차다가 죽는다.

 

이 드라마는 우리네 일상, 인생살이를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잘 담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 마냥 밝고 화려하지만은 않기에

 

드라마 분위기가 어두워 보이고 차가워 보이지만 막상 보면 보면 볼수록 참 따뜻한 드라마이다.

 

앞만 보고 열심히 성실히 달렸던 박 부장 삼 형제 및 주변 친구들 모두

 

공부도 잘하고 명문대를 나왔지만 실업자, 백수에 기껏 찾은 직업은 청소부,,

 

대기업에 잘나가는 간부였고 천재 소리를 들었던 영화 조감독 출신의 스펙은

 

청소부를 하는 데는 아무 쓸모 없는 것들이다.

 

성실하고 올바르게 살아온 박 부장의 결과는 후배 대표에 밀리고 와이프는 그 후배 대표와 불륜 중이다.

 

박 부장의 동창이자 강력한 라이벌, 항상 박 부장보다 한 수 위였던 친구는 머리 깎고 속세를 등져버렸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사랑이 있고 웃음이 있고 따스함이 있고, 간간이 행복함이 묻어 나온다.

 

젊은 나이에 큰 기업 대표 자릴 꿰차고 있는 후배를 보면 겉으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늘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자리 유지를 위해 추잡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다 가져 보이는 그는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이다.

 

 

우리가 살다 보면 인생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가지 않는 것을 알 수가 있다.

 

1+1이 2가 아닌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1+100을 해도 101이 아니라 0이 될 때도 있고 마이너스가 날 때도 있다

 

누구는 1에서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100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 진짜 어른이 되려면 진짜 어른이 되려면

 

1+1이 2가 안되고 심지어 100을 더해도 10밖에 안 나올지라도

 

끊임없이 포기 말고 노력을 해야 한다.

 

원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나이에 걸맞게 성숙해 가야 하는데 섞어 갈 수도 있다.

 

그냥 박 부장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내 인생의 후배들에게 뭐가 옳고 그른 것인지는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그런 선배..

 

늙어가는 흰머리와 주름에 당당할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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