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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야기, 노르망디 상륙작전

by K교수 2020. 3. 27.

 

 

 

 

요 며칠 전 직장에서 같이 일하는 젊은 친구가 '교수님 1917 보셨어요?' 하면서 강력히 1917을 특히 영화관에서 직접 가서 볼 것을 권유했다. 전쟁의 실상을 잘 보여주는 멋진 영화라고 하면서.. 그래서 나에게 있어서 전쟁영화 하면 우선 떠오르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봤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보았거나 보지 않았더라도 너무나 유명한 영화니깐 알고는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보지도 않았고 심지어 처음 들어보는 영화라는 것이다. 살짝 세대 차이? 내지 문화충격을 받았는데 생각해보니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개봉한 연도가 1998년도이다. 올해로 23살짜리 영화인 거다.

20대인 그 친구가 모를 만도 했다. 아재들 및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많이 알고는 있는 영화이고 나 역시 여러 번 보았던 영화, 그래도 젊은 분들은 잘 모를 수도 있어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대해 글을 써볼까 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지금은 할배가 되어버린 하지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최고의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미국에서 국민배우라 불린 배우, 역시 이제 할배가 되어버린 톰 행크스가 주연을 했고, 촬영감독으로 유명한 야누스 카민스키 등 당대 최고의 감독과 배우가 할리우드의 자본과 연출력을 만나 만들어낸 명작이다. 그리고 실재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영화의 역사적 배경은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의 숨통을 조이기 위해 연합군이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 대규모 상륙작전을 펼치려는 때이다. 유럽에서 2차 세계 대전의 양상은 초반 독일의 승승장구였고 프랑스는 초기에 어이없게 독일에 점령당하고 만다. 이미 노쇠한 영국은 독일에 힘없이 밀리고 있었다. 독소 불가침 조약으로 동부 유럽을 소련과 양분하여 점령하게 된다. 이처럼 독일은 초반 예상외 전과로 무한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소련의 전력을 과소평가한 나머지 오판을 하게 된다. 독소 불가침 조약을 깨고 소련을 침공하기 시작한다. 초반 전투에서는 소련에 대해 승기를 잡았고 소련마저 먹으려 하는 듯 보였으나 후에 미국의 지원을 받은 소련이 엄청난 물량공세로 반격을 하게 되고 독일은 점점 밀리게 되었다.

당시 소련은 비록 미국의 엄청난 물적, 기술적 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미국에 서부전선에서 대규모 상륙작전을 펼칠 것을 요구해 왔었다. 2차 세계대전은 미국이 종지부를 찍은 전쟁이지만 사실상 유럽에서는 독일과 소련의 전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두 국가의 사활을 건 총력전이었다. 소련은 독일과의 전쟁에서 군인 전사자는 1000만 명 이상이고 민간인 사망자는 20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아무튼 동부전선에서 점차 소련에 밀려 이미 독일의 패색이 짙어질 무렵이 되어서야 미국은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개시한다. 우리가 현재 중요한 날을 앞두고 D-day라는 말을 쓰는데 그 유래가 노르망디 상륙작전 일을 D-day라고 음어로 표현한 데서 시작되었다.

 

 

 

 

그날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동원된 연합군은 약 16만 명 정도였고 독일의 방어 군은 대략 1만 명 안팎이었다. 사실 노르망디에 상륙할 수 있는 날은 일 년 중 며칠이 되지 않았다. 원래 계획했던 6월 4일은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 미루게 되었고 6일 역시 상륙하기에는 그렇게 좋은 날은 아니었다. 연합군은 다른 지역에 상륙작전을 할 것처럼 기만작전을 펼쳤고 D-day 날 날씨도 좋지 않아 방심한다. 날씨는 좋지 않았지만 상륙작전을 감행한 것이 오히려 독일 입장에서는 허를 찔린 형국이었다.

존 밀러 대위(톰 행크스 역) 부대가 상륙한 곳은 오마하 해변 지역이다. 이곳은 미군 1 보병 사단과 2 보병사단이 상륙했다. 노르망디 여러 해안에 상륙을 했고 특히 이곳 오마하 해변에서 가장 치열한 저항이 있었고 사상자도 제일 많았다. 오마하 해변에서 미군 5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이게 이 영화에서 유명한 27분간의 치열한 전투 장면이다. 전투 장면의 너무나도 현실감 있게 숨김없이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정말 전장 한가운데 투입된 듯한 장면을 보여준다. 명령에 의해 상륙정에 탔지만 언제 죽을지 모를 두려움에 떨고 있는 병사들, 날씨가 좋지 않아 멀미하는 병사들부터 시작하여 상륙정 문이 열리자마자 기관총 세례에 의해 쓰러지는 병사들. 총탄을 피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었으나 익사하는 군인들..

전투의 현장감을 이렇게 대규모로 사실감 있게 표현한 영화는 정말 이전에도 이후에도 전무할 정도이다. 포탄에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처참한 장면, 튀어나온 내장을 부여잡고 울부짖는 병사들, 바닷물이 핏물로 변해가는 장면까지 구현을 잘했지만 마지막에 보면 해변가에 수많은 고등어 떼가 죽어 있는 것을 보면 뭐 디테일한 면에서는 따라올 영화는 감히 없을 정도이다. 다시 봐도 너무 끔찍하면서도 소름 돋는 장면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제국주의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된다. 이때 대한민국 역시 일본제국주의에서 해방되어 전에는 경험해본 적 없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다. 사실 사람들 생김새도 너무나도 다른 이역만리 미국이란 나라 때문에 덜컥 독립을 하게 된다. 이후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이란 나라는 마냥 모든 게 최고인 그런 나라는 아니지만 이 영화를 보면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든 그 바탕의 미국 정신을 알 수가 있다. 당시 자유 민주주의 수호와 히틀러의 만행을 저지하기 위해 생판 모르는 타국으로 기꺼이 자원한 젊은이들, 그리고 네 아들 모두를 전쟁터로 보내는 어머니, 네 아들 중에 세 아들이 전사하자 막내아들을 살리기 위해 많은 희생을 각오해서라도 구출을 명령한 국가, 다소 무모한 작전에도 기꺼이 목숨 걸고 그 작전에 참여하는 특수부대원들, 막상 전쟁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이지만 전우를 버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임무를 완수하려는 라이언 일병. 이런 게 미국의 정신이 아닐까 한다.

미국의 애국심 및 미국 정신은 우리의 눈으로는 너무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다. 이민자들의 나라, 저마다 민족도 인종도 다르고 개인주의 성향도 강하고 다양성과 개성이 강한 사람들, 그리고 남에게 간섭받기를 누구보다 싫어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게 하나로 뭉칠 수 있는지 말이다. 일본과의 전쟁에서 일본인은 스스로가 정신무장이 미국인을 훨씬 앞지르기에 충분히 미국과의 전투에서 물량의 열세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무기의 질과 물량뿐만 아니라 병사 개개인의 정신력 면에서도 일본 군인은 미국 군인에 비해 훨씬 열세였다. 강압에 의한 정신 교육, 반자이를 외치고 가미카제의 희생을 요구한 일본과 비교해서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보기엔 너무 자유분방하고 위아래 없어 보이고 질서 없어 보이는 미군이 어느 순간에 자신의 소중한 것을 위협받는 그때 그 어느 군인보다 강인한 정신력을 보였다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이 영화는 그런 미국의 저력을 보여준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될 수 있게 만든 바탕과 이런 엄청난 자본을 들이고 멋진 배우와 감독, 스텝이 콜라보레이션 되어 만든 영화 그게 바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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