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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1917 리뷰, 참호전과 역사적 배경에 대해

by K교수 2020. 3. 26.

 

 

 

 

코로나 대유행으로 직격탄을 맞은 곳 중에 하나가 극장이다.

극장엔 거의 관람객도 없고 대작들은 상영을 미루고 있다.

오늘 뉴스에 cgv 가 벌써 몇 군데 문을 닫았고 전체 영업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니 괜히 마음이 안타까워진다.

대부분 영화관들이 무조건 문을 닫을 수 없고 손해는 막심하니 과거 개봉한 영화를 다시 개봉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2월에 개봉한 대작 1917은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곧 극장에서 상영을 종영한다는 소리가 들려

얼른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부랴부랴 예매하여 보았다.

막상 영화관에 가니 그 큰 극장에 관람객은 3명, 그것도 중간에 두 명이 들어와서 하마터면 나 혼자 관람할 뻔했다.

순간 공포영화가 아니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는 서론이 길었다.

영화 1917은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1차 세계대전은 1914년 7월 28일 발생하여 1918년 11월 11일 종식된 전쟁으로

기존 전쟁과는 규모 면이나 사상자 면에서 차원이 다른 전쟁이었다.

힘깨나 쓴다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참여한 전쟁으로 연합군, 동맹군 합쳐 전사자만 거의 1000만 명에 이르고 부상자는

거의 2000만 명에 이르는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한 전쟁이었다.

 

1차 세계 대전 무렵 유럽은 대부분 나라가 산업혁명을 완성시킨 상태였고 그에 따른 과학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

이에 따른 무기의 발전은 기존 전투 방식과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이 영화의 주 배경인 참호전이라는 새로운 전투 방식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참호전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땅을 터널처럼 파고 앞에 철조망과 방패물 등을 세워

적의 포격이나 공격으로부터 방어를 용이하기 위해 만든 곳에서 전투를 하는 것을 말한다.

1차 세계 대전 이전에 유럽의 주요국이 참여한 크림전쟁과는 달리 수천만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참호전 때문이다.

불과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 서로 참호를 파 놓고 지리멸렬하게 병사만 소모하는 형식으로 전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당시 독일은 서부전선에서 영국 및 프랑스와 동부전선에서 러시아와 전투 중이었다.

그런데 1917년 3월에 러시아 혁명으로 로마노프 왕조가 무너지고 실질적으로 동부전선에서 러시아 연합군은 상당 부분 와해가 된다.

독일은 러시아혁명으로 동부전선의 병력을 서부전선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유보트 작전으로 영국배에 타고 있던 수많은 미국인이 사망하게 되자 1917년 4월 경 미국은 독일에 선전포고하고 참전하게 된다. 이미 미국 참전 전에도 상황은 이미 독일에 많이 불리한 상황, 미국 참전으로 더욱더 독일에 불리해진 이때부터 서부전선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다시 독일로 대공세를 펼치게 되는 시점 이게 딱 이 영화의 역사적 배경이 되겠다.

 

 

영화는 시간상으로 보자면 딱 하루 정도의 시간이다. 마치 내가 같이 작전에 참여하는 병사인 것처럼 느껴지게 원테이크 촬영 방식으로 참호를 따라 쭉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을 따라가는 내내 참호전에 참상이 그대로 너무나도 세밀하게 보이는 장면들이 나온다.

뒤엉켜 있는 수많은 아군과 적군의 시체, 그리고 그 시체를 먹어 고양이만큼이나 커진 쥐, 그리고 포탄이 떨어진 큰 웅덩이들 질퍽한 진흙탕, 고개만 내밀면 쏟아지는 적의 총탄, 포탄들.. 그 우울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그대로 전해진다. 목숨 걸고 받은 훈장을 목이 말라 포도주와 바꿔 먹었다는 주인공, 아마 참호 속에서 매일같이 떨어지는 총알과 포탄, 호루라기 전진 신호 명령에 총탄이 빗발치는 곳으로 목숨을 내놓고 나가야 하는 병사들 이미 그곳이 생지옥임을 충분히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1차 세계대전의 대자본이 투자된 할리우드 영화라고 해서 엄청난 전투신이 나올 줄 알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영화는 아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진주만처럼 물량을 쏟아붓는 그런 전투 장면은 없다. 그런 걸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다만 몰입도 면에서는 마치 오락게임의 미션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처럼 임무 완수를 위해 한발씩 한발씩 나가는 그런 영화이다. 긴 롱테이크 장면과 뛰어난 음향 효과는 영화 내내 긴장감을 자아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돈값을 하고도 남는 영화이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리나라 영화 기생충과 여러 부분에서 경쟁을 한 영화인데 결국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등을 거머지면서 기생충의 판정승으로 결정되었다. 이 영화의 한계점이 바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나타났다고 보는데 개인적으로 내가 심사위원이라도 1917보다는 기생충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1917은 충분히 멋진 좋은 영화이지만 기존의 전쟁영화와 비교해서 크게 참신한 면이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는 데는 조금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초반 몰입감은 최고이지만 중후반 넘어갈수록 조금 지루해지는 장면과 뻔한 결말, 어디서 본듯한 전쟁의 비극상, 슬픔 등은 기존 전쟁영화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기엔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어쨌거나 아카데미 심사위원도 기존의 아카데미식 영화에서 벗어난 동양의 감독이 만든 기생충에 손을 들어주었다.

 

 

물론 이 영화가 기존 아카데미식 영화 공식에 따랐다고 지루하거나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인 것은 인정한다. 다만 격렬한 전투신을 원하거나 대규모 물량 및 참호전에서 치열한 전투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관객들은 충분히 눈 호강 및 귀 호강에 익숙하다. 그걸 뛰어넘기에는 너무 관객의 눈높이가 올라버렸다. 영화를 자주 보는 나에게도 딱 적당히 괜찮은 영화가 되어 버렸다. 이 영화가 한 10년 전에 나왔다면 정말 아카데미를 다 휩쓸고 남았겠지만 지금은 2020년이니 대작 명작이 되기에는 조금은 부족한 아쉬운 영화였다.

그래도 여유가 있다면 마스크를 쓰고 극장에 가볼 것을 제안해본다. 극장도 자리를 띄워서 배치를 하고 아마 관객도 별로 없으니 거의 영화관을 전세 낸 것처럼 볼 수 있다. 충분히 건강한 분이라면 마스크 잘 쓰고 한 번쯤을 극장 갈만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영화관이 폐업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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