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가출

by K교수 2020. 11. 2.

요즘은 잘은 모르겠지만 중고등학생들이 가출을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중학생일 때는 질풍노도를 겪는 이라면 한 번쯤은 가출은 반필수처럼 여겨졌다.

많은 친구들이 가출을 했지만 물론 나는 가출을 한 적은 없다.

내 스스로 이미 중학생 때부터 성숙한 성인이라 생각했기에 굳이 가출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가출한 인원이 최고였을 때가 아마 내가 중3 무렵이었는데 당시 우리 반이 65명쯤 되었는데 대략 30명 정도 가출을 한 번 이상은 갔던 것 같다.

가출을 갔다가 며칠 뒤 온 친구가 대다수였지만 영영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며칠씩 몇 주씩 갔다 온 친구들이 자기들의 가출 경험담을 자랑스럽게 풀어놓을 때 많은 친구들이 모여들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그때 나는 학급 반장이었고 나름 사명감 투철한 반장이었기에 친구들에게 괜한 환상에 빠지지 말고 나가면 개고생에 일이 잘못 꼬일 수 있다고 했다. 그래도 그 나이 때가 어찌 가만히만 있을 수 있는 때인가? 나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가출을 꿈꾸는 후보들이 수두룩했다. 뭔가 가출할 낌새를 보이는 친구들이 보이면 우선 자주 말을 걸면서 나가면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다. 중학교 졸업장도 못 따면 정말 앞날이 우울할 수 있다는 나이에 맞지 많은 꼰대 같은 충고를 늘 했다. 가출 가능성 있는 친구를 잘 관찰한 뒤 쉬는 시간에 사라지면 바로 가출했다 생각했고 바로 담임선생님께 보고를 했다. 그럼 선생님과 함께 바로 가출한 친구를 잡으러 갔다. 무슨 형사가 된 마냥 의기양양한 체로 오락실이나 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조기 검거(?)해서 가출사건을 조기에 종식 시키면서 뭔가 스스로 뿌듯해했다.



몇 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 친구들은 좀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 부모님이 헤어졌다는지 갑자기 실직하거나 해서 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겼다든지. 가정폭력에 노출된 친구들..

학교를 안나온지 몇달이 지나 짦은 머리가 아닌 긴머리를 하고 통큰 바지를 입고와서 반장 나 자퇴서 쓰러 왔어 하면서 씩 웃던 친구들.. 가끔 그 친구들 지금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하다. 나름 잘 살고 있겠지?

#가출 #질풍노도 #사춘기 #중학생

댓글